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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지명의 비밀] 파주시 야동동 뜻 알고 보니 "야한 동네?!"

고양시청 2014. 12. 17. 09:13

 



 

“군부대 훈련 중 분실한 총기를 민간인이 찾아주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어제 오전 8시 반쯤 경기도 파주시 야동동에서 훈련을 위해 트럭을 타고 이동하던 경기도 고양시 소재 육군 모 부대 소속 상병이 자신의 K2소총을 도로에 떨어뜨려 분실했습니다.” - YTN 보도 中 -

 

지난달 20일 파주에서 벌어진 군부대 총기분실 사건은 내용 자체도 황당한 일이었지만, 어딘가 익숙한 글자 하나가 등장해 국민들의 눈과 귀를 혼란케 했습니다.

 

파주시 야동동.

 

왠지 방문할 때 성인인증이 필요할 것 같은 동네이름인데요. 소식을 전하기 위해 리포팅을 하던 아나운서와 기자들은 이 지명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그들의 멘탈이 약했다면 지금쯤 ‘야동 방송사고’라는 이름의 동영상이 돌아다니고 있을 지도 모를 일입니다.

 

 

네비게이션이 증명하듯 파주시 야동동은 실제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곳인데요. 왜 하필 이름이 ‘야동’인 걸까요. 설레게.

 

지명이 이렇다 보니 이 지역은 온통 19금 단어로 가득합니다. 도로 이정표부터 마을회관, 쉼터, 상점, 주유소, 다리, 산업단지에 이르기까지 모두 이름에 야동이 포함돼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몇 년 전엔 ‘야동상회’라는 이름의 구멍가게가 방송을 통해 알려지면서 화제 된 바 있었는데요. 아쉽게(?) 지금은 사라지고 없지만 현재 ‘야동슈퍼’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고 하네요. 왠지 배우 이순재 선생이 주인일 것 같은 묘한 기운이.

 

 

그런데 말입니다.

 

다시 꼬리를 무는 의문, 그 많고 많은 이름 중에 왜 야동이란 이름을 갖게 된 걸까요. 그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야동동의 한 마을회관을 찾았는데요. 이제 막 해가 저물기 시작한 오후 늦은 시간이기 때문인지 회관에선 아무런 인기척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야동동 일대를 돌아다니며 행인들과 이야기를 나눠봤지만 속 시원한 답변을 듣진 못했는데요. 결국 야동동을 관할하고 있는 금촌3동주민센터를 찾았습니다.

 

 

그리곤, 주민센터 총무과 직원을 찾아 다짜고짜 물었습니다.

 

“여기 마을 중에 다소 민망한 지명이 있잖아요? 그 유래가 궁금해서 찾아왔습니다.”

 

잠시 생각에 빠진 직원은 “아, 야동동!” 한마디와 함께 호탕한 웃음을 터트렸는데요. ‘야동’이란 말 때문일까. 웃음소리 때문일까. 주민센터 직원들의 시선은 일제히 총무과로 집중됐고, 민원실을 지배했던 적막 또한 깨졌습니다.

 

총무과 직원은 이내 책자 하나를 펼치며 지명 유래에 대해 설명했는데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봅시다.

 

 

“야동동은 풀뭇간이 있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해요. 풀뭇간이라는 게 대장간을 말하는데, 옛날 이 마을에 규모가 큰 대장간이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때부터 풀뭇골로 불렸고, 풀무 야(冶)자를 써서 야동이 된 거죠. 원래 야동리였다가 1996년에 파주가 시로 승격하면서 야동동이란 지명이 쓰이고 있는 겁니다.”

 

의문의 실타래가 풀리는 순간이었습니다. ‘대장간이 있던 마을’을 한자로 옮겨 야동이 됐다는 사실. 그런데, 이때 직원이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가는데요.

 

“참, 야동에 그런 뜻도 있어요. 지금 말하는 그런 뜻도.” 그런 뜻이라면 설마 야한 동영상?! 곧바로 그와 속사포 대화가 오갔고, 대화체로 당시 상황을 재현합니다.

 

“에이~ 설마요.” -(0.5초)- “진짜요.” -(1초)- “설마!... 진짜요? -0.5초- “진짜 있다니까요!”

 

5초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이뤄진 ‘진실공방’은 결국 이곳 동장과의 면담으로 이어졌습니다.

 

 

“그거에 대해 우리 동장님이 잘 아니 한번 만나서 이야기 나눠보세요. 동장님도 그런 거에 관심이 많아서 자료를 많이 갖고 계세요.”

 

직원은 그렇게 동장실로 안내했고, 금촌3동 신동주 동장과의 즉석 인터뷰가 시작됐습니다. 신 동장은 ‘그런(?) 자료’ 중 하나로 보이는 종이꾸러미를 들고 자리에 앉았는데요. 그의 이야기는 귀를 다시 한 번 의심케 했습니다.

 

“야동동의 야자가 한자로 다섯 가지 뜻이 있어요. 원래 이 마을에서 쓰인 한자는 대장장이 야, 풀무지 야 그런 뜻인데 이 한자에 요염하다라는 뜻도 포함돼 있습니다. 우리가 야하다라고 할 때 쓰는 그 야자로도 쓸 수 있는 거죠.”

 

그럼에도 믿기 힘들다는 표정을 짓자 아예 옥편을 가져와 보여주는 신동주 동장인데요.

 

 

대 to the 박.

 

정말이었습니다. 그가 보여준 옥편 속 ‘쇠불릴 야(冶)’에는 분명 ‘요염할 야’라는 뜻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참고로 포털사이트 한자사전에선 ‘풀무 야’로 검색해야 나옵니다.

 

어찌 이런 우연인 듯 우연 아닌 우연이 있을까요. ‘야한 동영상’의 준말인 야동과 동네 이름인 야동의 뜻이 일치하다니요. 황당함에 그만 헛웃음이 터져 나왔는데요. 신동주 동장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듯 자신의 스마트폰에서 무언가를 찾습니다.

 

신 동장의 ‘그런 자료(?)’ 중 하나를 더 보여주기 위해서였죠.

 

 

“그런데 야동이란 지명이 파주시에만 있는 게 아니에요. 제가 얼마 전 지방에 내려갔다가 발견하고 사진을 찍었는데, 충남 보령에도 야동마을이 있더라고요.”

 

야동동에 이어 야동마을까지. 비석에 새겨진 네 글자가 더욱 강력하게 다가오는데요. 하나 더 재밌는 사실이 있습니다. 야동동 바로 옆 동네의 이름이자 금촌3동주민센터가 위치한 곳의 지명이 ‘아동동’이라는 겁니다.

 

여긴 아이들이 많은 동네? 작대기 하나 차이일 뿐인데 느낌이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요. 지도상으로 보면 이웃동네지만 글자만으론 극과 극의 이미지라는 게 재밌습니다.

 

“아동동은 관아가 있던 동네라는 뜻으로 어떻게 보면 지위가 높은 마을이었다고 볼 수 있어요. 공교롭게도 금촌3동 내에 야동동도 있고 아동동도 있네요.”

 

 

신동주 동장은 이 같은 지역 특색을 살려 금촌3동의 역사와 유래가 담긴 책자를 준비 중에 있다고 하는데요. 어쩌면 특이지명에 대한 관심이 그에게 가져다 준 사명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야동동의 경우 자연부락으로 창골, 원골, 두문동 이런 마을이 있는데요. 각 마을에 구전으로 전해져 내려온 이야기들을 종합해 문서로 기록하고자 합니다. 또, 금촌3동이 신설된 지 3년밖에 안 된 동이라 동 깃발을 만드는 등 지역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한 작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역의 역사와 전통을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자세가 인상인데요. 흥미롭게 시작했던 ‘야동동’ 특이지명의 비밀이었지만, 이름에 얽힌 유래를 알고 나니 뭔가 새롭게 다가오는 게 있네요.

 

 

아무리 특이하고 민망한(?) 이름도 알고 보면 다 그렇게 불릴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사실. 그것만으로도 큰 수확이 아닌가 싶은데요. 앞으로도 특이지명의 비밀을 풀기위한 노력은 계속 됩니다. 기대해 주세요.

 

‘특이지명의 비밀’ 시리즈는 여러분의 참여로 더욱 풍성해 집니다. 자신이 살고 있는(혹은 알고 있는) 지역의 이름이 재밌거나 독특하다고 생각한다면 주저 없이 제보 바랍니다. 댓글 환영해요. 단, 경기도 내에 있는 지역에 한해서만.

 

마지막으로 야동동을 포함한 파주시 내의 재미있는 지명을 정리해 볼 텐데요. 빠진 게 있다면 댓글로 지적해 주세요.

 

 

인터넷이 빠를 것 같은 ‘야동동’ / 아이들이 살기 좋을 것 같은 ‘아동동’

야당 의원들만 살 것 같은 ‘야당동’ / 음식이 맛있을 것 같은 ‘조리읍’

적성이 맞아야 살 수 있을 것 같은 ‘적성면’ / 믿기 힘든 일이 많을 것 같은 ‘설마리’

노는 언니들이 많을 것 같은 ‘발랑리’ / 법조인이 많을 것 같은 ‘법원리’

하늘만 보고 다녀야할 것 같은 ‘낙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