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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일 계사년 새해가 밝은지 정말 엊그제 같은데 벌써 설이 코앞으로 다가 왔네요.
사흘간의 연휴를 하루 앞둔 지금, 고향에 내려가 가족 친지들과 함께할 생각에 설렌 분들 많을 텐데요. 명절에도 쉬지 못하고 고생하는 분들이 있죠. 소방관, 경찰관, 국군 장병 등 국민의 안전을 위해 땀 흘리는 분들이 그들입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도 연휴기간 동안 사이렌을 울리며 더욱 바쁘게 일하게 될 소방관 여러분의 노고를 생각해 보고, 그들에게 감사하는 시간을 가져봤으면 합니다.



그래서 준비한 이야기!

최근 아파트 10층에서 투신하려던 여성을 극적으로 구조한 소방관이 있어 화제가 됐는데요. 고양소방서 능곡119안전센터 소속의 이천모(39) 소방교가 그 주인공입니다.

파주시 출신으로 지난 2006년 12월 서른두 살의 나이에 소방관이 된 그는 각 보직을 두루 경험한 뒤 지난해 9월부터 지금의 능곡119안전센터에서 근무 중인데요. 임용 후 응급구조사 2급 자격증을 취득한 뒤 줄곧 구급요원으로 활약하고 있다는군요.

투철한 직업관과 사명감으로 소중한 생명을 구하게 된 이천모 소방교를 만나기 위해 지난 6일 그가 일하고 있는 능곡119안전센터를 찾았습니다.

“사실 기사에서는 마치 영화처럼 떨어지는 순간 제가 손목을 잡은 것으로 그려졌지만, 그건 많이 미화된 거고요. 긴박했던 상황인 것은 분명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천당과 지옥을 오간 것 같이 아찔합니다.”

구급대 한 팀인 이천모 소방교와 이지혜 소방장이 출동 지령을 받고 구급차에 탑승한 시간은 지난 달 오후 1시 13분경. 고양시 덕양구 토당동의 한 아파트에서 신경안정제를 먹은 50대 여성이 방문을 잠그고 열어주지 않는다는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상황이 심각할 거라곤 생각 못했는데요. 출동 과정에서 신고자와 다시 통화하는 사이 다급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방문을 걸어 잠근 여성이 갑자기 창밖으로 뛰어내리려 한다는 것입니다. 신고자의 집이 10층 높이였기에 1분 1초가 급한 상황.

이 소방교는 즉시 구조대에 지원요청을 한 뒤 있는 힘껏 달려 3분 만에 아파트에 도착했는데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니 복도식 아파트의 맨 끝에 딸과 아버지로 보이는 신고자가 눈에 들어왔다고 합니다.

“신고자의 집이 맨 끝에 위치해 있었는데, 복도에서 창문이 보이는 구조였습니다. 이미 아주머니는 창문 문턱에 걸터앉아 있는 상황이었죠. 원래는 구조대가 오면 함께 진입해서 구조를 해야 하지만 그럴 만한 여유가 없었습니다.”

조금도 지체해선 안 된다고 판단한 이천모 소방교는 즉시 문을 개방하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는데요. 이를 본 여성이 몸을 돌리며 뛰어내리려고 하는 순간 이 소방교가 달려들어 투신을 막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상황이 끝난 게 아니었습니다.

힘겹게 여성을 잡긴 했지만, 방안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여건이 되지 못해 구조대가 올 때까지 버티고 있어야 했던 건데요. 함께 온 이지혜 소방장이 뒤에서 이 소방교의 몸을 잡고 지지하고 있긴 했지만 그대로 버티는 한계가 있는 법. 이제 믿을 건 구조대의 도착뿐이었습니다.

“아주머니에게 힘내라고 소리도 지르고 그랬던 것 같아요. 힘은 점점 없어지고 아주머니께서 니트를 입고 계신 바람에 자꾸 미끄러지는 거예요. 그땐 별 생각이 다 들었죠.”

온몸에서 식은땀이 흐를 정도의 위험한 장면이 이어지는 가운데, 다행히 늦지 않게 구조대가 도착했다고 합니다. 천만 다행이었습니다. 그에겐 버티고 있던 몇 분의 시간이 몇 시간처럼 느껴졌다고 하네요.

“버티고 있는 중에 모자가 떨어졌는데요. 나중에 찾으러 가보니 바닥에 에어매트를 펼 공간이 안 됐더라고요. 다시 생각해도 아찔합니다. 그리고 제가 잘한 것 보단 구조대가 빨리 오고 여러 모로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이천모 소방교는 이번 일로 오늘(8일) 고양소방서에서 표창장을 받는다고 하는데요. 뒤늦게 소방관 생활을 시작했지만, 누구보다 성실하고 사명감이 투철해 직원들로부터 타의 모범이 된다고 합니다.

능곡119안전센터 고건호(53) 센터장은 이 소방교에 대해 “평소에 굉장히 성실하고 맡은 업무를 배 이상으로 잘 하는 직원”이라면서 “자기 업무 외에도 모든 일에 적극적으로 임해 다른 직원들에게도 평이 좋다”고 말했습니다.

이 소방교는 이번 설 당일에 24시간 근무가 잡혀 있다고 합니다.

그에 따르면 명절에 일을 하다보면 평소보다 화재도 많이 나고 교통사고가 많은 편이라는데요. 평소와 일과는 크게 다르지 않지만, 식사를 대원들이 직접 해 먹어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다고 하네요.

그는 또 “직업을 선택한 이상 명절을 반납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혼자 시댁에 가 있는 아내를 생각하면 같이 있어 주지 못해 늘 미안하다”고 했는데요. 그 마음을 담아 아내를 위해 작은 선물을 마련해 봤습니다.



애틋한 영상편지, 아내 분이 꼭 보시고 감동 받으셨으면 좋겠네요. ^^

이천모 소방교는 하루하루 현실에 충실하며 도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소방관이 되는 게 가장 큰 꿈이라는데요. 마지막으로 설 연휴를 앞둔 도민들에게 한 마디 부탁했습니다.

“이제 곧 명절인데 안전하게 고향 다녀오시고요. 연휴동안 건강하고 즐겁게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요즘 날씨가 추워 난방시설로 인한 화재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데요. 전기장판은 사용 후 플러그를 뽑는 등 항상 조심하시고, 빙판길 안전사고와 교통사고도 늘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여러분, 명절에도 쉬지 않고 우리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불철주야 고생하고 있는 소방관 여러분들을 위해 응원의 메시지 듬뿍 부탁드립니다. 모두 즐거운 설 연휴 보내세요.


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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