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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밤나무가 하도 많아서 떨어진 밤송이 가시가 지천으로 널려 마을의 이름마저 밤가시가 된 전통 농가 밤가시초가가 있습니다. 일산읍밤가시초가가 정식명칭으로 고양시 일산동 정발산과 가까운 주택가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문화재청이 시행하는 생생문화재 사업의 일환으로 경기도는 경기문화재단에서 펼쳐 온 <남한산성 행궁에서의 하루>와 연천군 <숭의전에서 황제의 나라 고려를 만나다>, 남양주시 <세계문화유산 남양주 홍유릉 문화제>를 비롯하여 고양시의 일산읍 밤가시초가가 포함되어 다양한 문화재 활용 프로그램이 진행된다고 합니다.

밤가시초가에서는 <도심 속 밤가시초가, 기지개를 펴다> 라는 슬로건으로 '초가의 밤에 만나는 옛 이야기, 우리별 찾기', '도심 한복판에서 이엉 얹기' 등의 체험을 준비하고 문화재를 알고 즐기기 위한 장을 마련한다고 합니다. 밤가시초가가 관람객과 더욱 친밀해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일산읍밤가시초가는 경기도 민속문화재 제8호로 지정되어 보호 관리되고 있습니다. 일산 신시가지를 개발하는 와중에 족히 200년은 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옛집이 고스란히 옛 모습을 간직한 채 남게 되었고 조선시대 경기지방의 특징을 잘 나타내어 보존가치가 있어 경기도 민속문화재로 지정되었습니다. 지금도 밤나무가 밤가시초가를 지키고 있습니다.

밤나무가 얼마나 많았으면 주 수입원이 되고 동네에 흔한 밤나무를 이용하여 집도 짓고 생활용품까지 만들어 썼다고 하니 가히 밤나무가 많았음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은 수리를 위해 잠시 출입을 통제하고 있습니다만 봄을 맞이하면 새단장을 마치고 관람객을 맞이 할 것 입니다. 이 와중에 운 좋게도 밤가시초가를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엇! 동그란 형태를 이루며 지붕 한가운데가 뻥 뚤렸습니다. 밤가시초가 지붕은 똬리 모양으로 동그랗게 구멍을 내어 하늘을 받치고 있습니다.

이는 집 구조가 담장 안으로 들어와 초가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또 작자그마한 마당이 있는 ㅁ자형 구조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ㄱ자형의 안채와 맞은편 행랑채가 대칭하여 마치 ㅁ자형으로 보입니다.

좁다는 생각이 들 만큼 작은 공간이 아늑함을 주기도 하지만 영세한 조선후기 경기지방의 농가의 특성을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옴팡진 안마당은 단을 낮추어 낮게 꾸며 놓았습니다. 이는 눈이나 비가 오면 하늘에서 떨어지는 낙숫물이 다른 곳으로 들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합니다.

초가라 하여 큰 규모는 생각지도 않았습니다만 안방이나 건너방 마루가 작아도 참 작아 보였습니다. 초가의 규모로 보아 영세한 서민의 생활 형편을 짐작하고도 남습니다. 수리를 위해 세간살이는 민속전시관으로 잠시 이전하였습니다만 단장을 마치면 제자리로 돌아올 것입니다.

밤나무가 많아 밤가시, 그래서 집도 밤나무로 지었습니다. 기둥이며 대들보, 서까래며 마루, 문틀까지 구석구석 밤나무를 쓰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밤가시초가도 물론 밤나무로 지어졌고요, 200년전의 농가여서 마모되고 닳기도 했겠지만 거칠게 다듬은 기둥이나 불규칙한 서까래에서 서민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밤가시초가는 조선시대 후기 중부 지방의 농가가옥의 형태를 잘 나타내고 있다고 합니다.

행여 비바람에 날아갈까 염려되어 대나무를 엮어 새끼로 질끈 동여 맨 초가 지붕에서 조상들의 지혜로움이 느껴집니다.

밤가시초가에는 밤가시초가를 찾는 관람객에게 더 많은 것을 보여주려고 민속전시관을 두고 있습니다.

밤가시초가 민속전시관은 여느 민속전시관과 큰 차이는 없지만 밤가시초가에서 초가로 민속전시관은 기와집으로 초가와 기와로 대조되는 양상을 보여줍니다.

안채와 외양간 부분으로 나뉘며 'ㅁ'자 형태를 이루고 있습니다. 대문 가까이 사랑채에서 부엌을 지나 안방으로 건너가게 되고 안방에서 대청마루를 지나 건너방으로 이어집니다. 사랑채와 대청마루 안방 등 각 방에 대한 명칭이나 설명글로 어린 자녀들일 지라도 어려움없이 관람할 수 있습니다.

사랑채는 대문 밖에서 관람할 수 있는데 사랑채답게 엣헴~, 대감마님이 앉아 계십니다.
어릴 적 장작을 뗐는데 풍구는 아주 유용한 도구였습니다. 손잡이를 돌리다 보면 고무줄은 왜 또 잘 튕기는지 그때 생각이 납니다. 호롱과 등가가 놓인 풍경을 보니 단아한 한복에 행주치마를 두른 조선의 여인이 있었으면 금상첨화일 것 같다는 생각이 스칩니다.
아하, 한복을 차려입은 제가 풍구를 돌리며 앉아 있을 걸 그랬나요? 안 어울리겠죠?

대청마루엔 세간살이가 좀 많습니다. 뒤주가 2개나 되는 걸 보니 아마 수리를 위해 밤가시초가에서 잠시 옮겨왔을 것 같네요.

건너방에서 잘 쓰지 않는 세간을 넣어두거나 저장 곡식을 두는 광을 지나 골방에 이릅니다. 골방은 새끼를 꼬고 가마니를 짜면서 하인이 묵던 방이었을 것이라 혼자 생각해 봅니다.

 

헛간에는 지금이나 예나 농삿일을 위한 농기구나 허드레 물건을 보관하지요. 쟁기질이며 농삿일을 도맡아 하는 소 한 마리는 기본으로 키웠어야 했습니다. 장독대는 바깥 마당 한켠에서 햇살을 받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민속전시관을 둘러보는 일도 과거로 여행을 다녀온 듯 즐겁습니다.

이렇듯 민속전시관과 함께 일산읍밤가시초가는 조선후기 중부지방 전형적인 서민 농가이기에 조선시대의 생활상을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입장료가 없으므로 편안한 마음으로 들르셔도 좋습니다.

2013년 생생문화재 '도심 속 밤가시 초가, 기지개를 펴다'. 고양시의 밤가시초가에서 다양해진 문화재 활용 프로그램을 활용하시면 문화재와 더욱 가까워지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밤가시초가 주변에는 정발산이 있고 일산호수공원이 있습니다. 밤가시초가와 함께 정발산을 산책하며 건강을 챙겨도 좋고 호수공원을 연계하여 도심의 자연을 맛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밤가시초가 찾아가는 길>


주 소 :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정발산동  



글. 사진 이은주(경기소셜락커 esilv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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