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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신병교육현장드라마 청춘의 이름으로 제작노트 #하편
“청춘의 이름으로”의 리얼함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데요.
작품의 방점을 잡은 부분은 군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웃음거리, 감동거리를 밀도 있게 집약하는 것, 그리고 그것들을 가공없이 리얼하게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11-23기 훈련병 입소장면을 촬영하는 첫 날에 그런 생각은 와르르 무너졌지요.
머릿속에 그렸던 훈련병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조교들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어색한 말투와 몸짓이 카메라에 포착될 뿐이었습니다.

“아차, 무언가를 놓쳤구나”

가식으로 꾸며진 기존 방송 속 군대다큐가 이렇게 만들어지는구나 라는 걸 뼈져리게 느꼈습니다.
시간이 흐른 뒤에 알게 되었지요. 조교들의 어색함은 바깥에서 들어온 낯선 사람들에 대한 일종의 거부반응 같은 것임을. 그 거부반응을 깨뜨릴 수 있었던 유일한 방법은 조교와 훈련병들과 함께 걷고 뛰고 땀흘리며 외부인과 내부인 사이의 벽을 허무는 것이었습니다.
그 커다란 벽이 사라짐을 느꼈던 때가 3주차 정도였습니다. 3주차가 지나니 비로소 군대의 리얼함들이 재연되었던 거죠.
편집도 리얼함을 살릴 수 있는 편집 방식을 찾아내야 했습니다. 첫 가편집본은 내레이션이 들어간 120분 분량이었는데, 내레이션이 들어가고 현장음을 죽이는 순간 리얼함이 확 줄어드는 느낌이었습니다. 마치 팔딱팔딱 숨쉬는 생물을 박제시켜버린 것처럼요.
그래서 관객 입장에서 작품을 이해하는데 불편함이 있더라도, 제작 입장에서 편집기간이 몇 배 더 걸리더라도, 과감하게 내레이션을 생략하고 100% 현장 대사만으로 이야기를 풀어내기로 방향 선회를 했습니다.
작품 속에는 “사람 냄새나는 군대”를 담고 싶었어요. 하지만 본인의 오래된 군복무 기억만으로는 세세하게 복기해서 의미를 들춰내는게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군생활을 추체험하는 동시에 영감을 얻기 위해서 신영복 교수님의‘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책상에 두고 편집 작업에 임했습니다.
보고 싶은 사람에 대한 아련함, 사회와 군대의 온도차, 활력소로써의 종교생활, 편지에 대한 기대감, 가족의 소중함, 부모님의 사랑... 이 모든게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 담겨 있었지요.
작품에 매진한지 햇수로는 3년. 돌이켜보면 고민과 노력의 부족으로 보여드리고 싶었던 것들을 모두 보여드리지 못한 점이 아쉽네요. 특히 에필로그로써 일병이 된 훈련병들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한 점은 좀 더 진한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 아쉬움을 삭제된 야간사격 시퀀스로 달래고, “청춘의 이름으로”가 오인용, 푸른거탑처럼 군대 영상하면 사람들의 입에 항상 회자되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으로 제작노트를 매듭지을까 합니다. 청춘의 이름으로를 시청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고양TV도 많이 사랑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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