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아람누리도서관에서는 85() 저녁 7, 전미번역상(히스테리아) 수상자 김이듬 시인과 제이크 레빈(Jake Levine, 공동 번역자)의 온라인 북토크를 진행했습니다.

전미문학상 수상자로서 두 분이 동반하여 행사에 참여하는 것은 참 드문 일이라고 합니다. 제이크 레빈 교수는 대구에서 5시간 차를 직접 운전하여 아람누리도서관을 찾아주셨습니다. 기진맥진 힘든 몸상태였지만, 행사가 시작하자 특유의 밝음과 활기로 행사를 빛내주었습니다.

김이듬 시인의 대표작 히스테리아, 시골창녀등을 시인의 낭독으로 그리고 번역자의 낭독으로 번갈아 들어보았는데 익숙한 시를 다른 언어로 듣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영어로 낭독된 시를 들으며 언어를 완벽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시의 분위기, 시어들의 뉘앙스는 그대로 남아있다는 점이 참 신기했습니다.

북토크의 마지막에는 에뛰드라는 시를 소개해주었는데, 코로나로 지친 서로에게 위로를 주기 위해 이 시를 마지막 시로 선정했다고 합니다. 얼마 전 제이크 레빈 교수가 이 시 역시 영어로 번역했는데, 여러분들도 함께 감상하시죠.

 

 

에튀드/김이듬(영역:제이크 레빈)

 

Etude

 

 

삐걱거리는 마루 위를 걸어갔다

 

피아노 앞에 앉았다

 

굳어 있던 손가락이 움직였다

 

너가 올 거니까

 

 

Because you’re on your way

 

I walked on the creaking floor

 

sat in front of the piano

 

and moved my stiff fingers.

 

 

정원에는 새하얀 침대 카버가 마르고 있다

 

긴 장마가 끝났다

 

어제까지 흘린 눈물과 땀이 빈틈없이 사라지는 정오

 

The white bed sheets are drying in the garden.

 

The monsoon season ended

 

and the tears and sweat I drept until yesterday

 

evaporated completely into noon.

 

 

다시 폭풍과 기근, 역병이 올 거라는 뉴스가 들렸다

 

찬장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치고 유리잔을 떨어뜨렸지만

 

아무것도 깨지지 않았다

 

네가 올 거니까

 

I heard the news. Storms, plague, and famine are here again.

 

I bumped my head against the cupboard

 

and dropped a glass, but nothing broke

 

because you’re on your way.

 

 

숟가락으로 죽을 뜨며 할머니가 말한다

 

전쟁 중에서 결혼하고 피난 중에도 아기를 낳았다고

 

살아 있으면 만난다고

 

 

Spooning rice porridge, Grandma says

 

I got married during war, and gave birth while evacuating.

 

If you stay alive, you’ll meet again.

 

 

흔한 말인데 오늘따라 웃음이 난다

 

처음 듣는 음악처럼 귀에 들어온다

 

네가 올 거니까

 

 

It’s a common story, but I’m smiling today

 

like it’s some song I’m hearing for the very first time.

 

Dawn is no longer a blue cliff

 

and night no longer an unfinished end

 

because you’re on your way.

 

새벽은 더 이상 푸른 절벽이 아니고

 

밤은 더 이상 미완의 종말이 아니다

 

 

우리가 함께 연주할 곡을 고르는 동안

 

무한하고 사랑스러운 마음을 되찾는 동안

 

더디게나마 네가 오고 있는 동안

 

While we pick songs to play together

 

reclaiming our infinite and lovely hearts

 

slouching forward, you slowly make your way.

 

사실 제이크 레빈 교수는 문예창작을 가르치는 선생님, 번역가이기도 하지만 시인이기도 합니다. 북토크에서 한국어로 쓴 자작시 채식주의자, 아리조나 카우보이를 낭독하기도 했습니다. 머지않아 시집이 나온다면, 제이크 레빈 시인을 만나보는 시간도 마련하겠습니다.

 

김이듬 시인, 제이크 레빈 교수 그리고 북토크에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