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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설원 위, 말들의 세상

고양 원당목장


광활한 눈밭 위를 갈기 휘날리며 말들이 뛰어논다. 꼬마들은 드넓은 목장길 눈밭에서 뒹굴거나 말 콧잔등을 쓰다듬으며 웃음을 쏟아낸다. 겨울에 찾는 원당목장은 단아하다. 아무도 밟지 않은 광활한 눈밭과 질주하는 말들이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목장 인근에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서삼릉과 허브농원 등 그윽한 향취를 느낄 수 있는 곳들이 자리했다.


설국으로 변신한 원당목장 풍경겨울이 오면 목장은 설국으로 변신한다. 눈밭 위를 뛰어노는 말들


원당목장은 종마목장에서 기수 및 마필 전문가 양성을 위한 경마교육원으로 그 역할이 다소 바뀌었다. 인근 삼송리 일대에 아파트촌이 형성돼 예전과는 가는 길이 사뭇 다른 분위기이지만, 목장에서 말들이 뛰노는 정경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목장 넓이만 36만 ㎡. 경기도에 숨겨진 대형 목장은 한겨울에도 말들이 뛰노는 평화로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목장 초입 은사시나무길과 서삼릉

목장으로 들어서는 초입부터가 매혹적이다. 입구까지 이어지는 은사시나무길은 겨울이면 눈으로 뒤덮여 그 색과 분위기가 운치를 더한다. 고갯길은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인기가 있는데 승용차로 그냥 지나치기보다 여유로운 마음으로 한적하게 걸어보면 더욱 좋다.
목장은 나들이 코스로 알려지기 전부터 드라마와 영화의 촬영지로 인기를 끌었다. 드라마 <시티홀>, <커피 프린스 1호점>, <야망의 전설>등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은사시나무길 역시 드라마 <봄날>과 <모래시계>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목장 입구는 조선 왕족들이 잠들어 있는 서삼릉과도 맞닿아 있다. 서삼릉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왕릉 중 하나다. 조선 철종과 철인왕후 김씨의 예릉, 중종의 계비 장경왕후 윤씨가 묻힌 희릉, 중종의 아들 인종과 인성왕후 박씨의 효릉이 있어 삼릉이라 한다. 눈 덮인 왕릉은 고즈넉하고 평온하다. 인적을 찾기 어려운 왕릉 오솔길을 홀로 거니는 것도 색다른 묘미다.


드라마의 배경이 된 은사시나무길 말의 콧잔등을 쓰다듬는 모습[왼쪽/오른쪽]드라마의 배경이 된 은사시나무길 / 말은 콧잔등을 쓰다듬어주면 좋아한다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서삼릉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서삼릉


서삼릉을 지나면 탁 트인 목장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꼬마들은 말 구경에 나서기 전에 먼저 눈세상을 만난다. 눈밭을 뒹굴고 눈싸움을 하며 긴 겨울의 지루함을 털어낸다. 겨울날 자연 속에서 이렇듯 큰 놀이터와 조우하는 것은 행운이다.
목장은 깔끔하게 단장돼 있다. 말을 볼 수 있는 전망대와 공간이 따로 마련돼 있고, 산책로 등 편의시설도 갖추었다. 산책로 곳곳에는 호젓한 데이트와 휴식을 위한 벤치가 놓여 있다.
원당종마목장은 1997년부터 일반인에게 개방됐다. 예전에는 이곳에서 매끈하고 실력 좋은 경주마가 태어나고 길들여졌다. 이곳에서 관리하던 씨수말은 10억 원이 넘는 보물 덩어리였다. 2007년 경마교육원이 이전하면서 최근에는 기수 교육생들이 말을 길들이거나 주로를 질주하는 장면도 구경할 수 있다.
전망대에 올라서는 길에는 다양한 품종의 말 사진이 즐비하게 전시돼 있다. 리피자너, 파라벨라 등 키 1m 정도의 조랑말에서부터 멋진 경주마에 이르기까지 사진과 함께 친절한 설명을 살펴볼 수 있다.


경마 기수들의 훈련 장면경마 기수들의 훈련 장면원당목장의 설경 망중한을 즐기는 말들[왼쪽/오른쪽]원당목장의 설경 / 망중한을 즐기는 말들



말 구경 뒤 즐기는 허브농원 산책

전망대 아래로는 말들의 세상이다. 이곳에서 방목되는 말은 좁은 마사에서 벗어나 겨울 햇볕을 한가롭게 즐긴다. 사람들이 다가가 콧잔등을 쓰다듬으면 애완견처럼 친근하게 손을 핥기도 한다. 가끔씩 물거나 발로 차는 경우가 있으니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
말들은 그냥 뛰노는 듯해도 그 사이에는 일정한 서열이 있다. "새로운 말이 울타리 안에 들어서면 서열 다툼을 하느라 활동이 빨라집니다. 먹이를 줘보면 알게 되죠. 먼저 먹는 놈이 우두머리예요." 관리인의 설명처럼 한가롭던 목장에 낯선 말이 들어서니 동분서주 움직임이 민첩해진다. 그제야 경주마답다.
금기사항은 말들이 귀엽다고 과자류를 던져줘서는 안 된다는 것. 먹는 것 대신 머리만 어루만져도 말들은 꽤 편안한 눈빛으로 친구처럼 다가선다.



목장길 가운데로 산책을 즐길 수 있다목장 산책로의 말 마스코트 원당 허브랜드 실내 농원[왼쪽/오른쪽]목장 산책로의 말 마스코트 / 원당 허브랜드 실내 농원


겨울 목장 산책으로 움츠러든 몸은 돌아오는 길목에 자리한 허브농원에서 따뜻하게 녹일 수 있다. 마을버스가 서는 은사시나무길 초입에 허브랜드가 자리 잡고 있다. 농원에 들어서면 따끈한 허브차와 허브찜질이 손님들을 반긴다. 라벤더, 로즈마리, 민트 등 친숙한 허브에서부터 레몬밤, 타임 등 몸에 좋은 것까지 다양한 허브가 자라고 있다. 개인별로 방문해도 1인 5,000원이면 허브를 직접 심어보고 허브초도 만들어보는 체험이 가능하다. 아로마향 가득한 촛불카페에 앉아 허브차로 추위를 달래거나 허브 화장품과 향초 등을 구입할 수도 있다. 허브랜드에서는 독특하게 허브병원을 운영 중인데 집에서 키우던 허브가 병이 들면 치료한 뒤 돌려준다.
이색적인 라틴 문화에 빠지고 싶다면 인근에 자리한 중남미문화원을 찾아본다. 구파발 쪽으로 향하다 문산 방향으로 꺾어져 15분쯤 달리면 중남미문화원 병설 박물관이 자리 잡았다. 이곳에는 아스텍, 잉카, 마야 문명의 유물 3,000여 점이 전시되어 있다. 목기와 석기, 토기 외에도 중남미의 진기한 물건들이 가득하다. 이밖에 독특한 표정과 모양이 눈길을 끄는 200여 점의 가면이 모처럼의 나들이를 더욱 흥미롭게 해준다.
원당목장 여행은 이색 겨울 정취를 골고루 느낄 수 있어서 좋다. 목장, 왕릉, 허브농원 등을 두루 산책하며 아기자기한 체험과 풍광을 즐기는 것도 큰 매력이다.



여행정보


1.찾아가는길

* 자가운전

외곽순환도로 통일로IC → 삼송 방면 → 농협대학, 서삼릉 방면 → 허브랜드 삼거리에서 우회전


* 대중교통

지하철 3호선 삼송역에서 마을버스가 20~30분 간격으로 다닌다. 농협대학 지나 허브랜드 앞 하차.
※ 목장 개방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이며 입장은 무료다.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은 휴무. 주차시설이 미비하니 주말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좋다.


2.주변 음식점

대자골토속음식 : 추어탕 / 덕양구 대자동 / 031-962-8545
소배짱 : 한우 / 일산서구 대화동 / 031-932-5533
가나안덕 굼터 : 오리구이 / 일산동구 풍동 / 031-901-3292


3.숙소

아바타호텔 : 일산서구 탄현동 / 031-919-6761 / 굿스테이 / www.아바타호텔.kr
호텔클레오파트라 : 일산동구 백석동 / 031-908-0062 / 굿스테이
럭셔리호텔 : 일산서구 대화동 / 031-917-1717 / 굿스테이



글, 사진 : 서영진(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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