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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의 시작과 함께 아이들의 겨울방학도 막을 올렸습니다.

학교에선 맛보지 못하는 새로운 학습을 체험시켜주기 위해 부모님들이 고민을 많이 하실 시기인데요.

방학을 맞이한 아이들이 가기 좋은 전시회 소식을 전해드릴까 합니다.


고양 아람누리 미술관에서 지난 10월부터 진행 중인 <2014 아람미술관 미디어 아트 국제교류전 괴물이야기>.

누구나 어렸을 적 '저기 괴물 온다!'라며 겁주는 어른에게 깜빡 속았던 경험이 있을 텐데요.

괴물 이야기는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온갖 두려움이 형상화된 결과로,

막연한 공포심과 상상력 속에서 만들어진 허상이자 호기심을 자극하는 존재라는 사실에서 출발합니다.

그래서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모든 사람들은 

괴물을 무서워하면서도 괴물에 대해 알고 싶다는 감정을 함께 품는 법이지요.





이번 <괴물이야기> 전시회는 주한프랑스 문화원 후원으로 문화예술센터와 고양문화재단이 공동 기획했고

김기라, 이승현, 배윤환, 림희영, 노진아 등 한국작가 5명과 

프랑스작가 2명, 영국작가 1명, 호주작가 1명, 미국 1팀 등 총 10명의 작가가 21점의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사회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양상을 띠고 있는 괴물들을 작품 안에서 만날 수 있답니다.










괴물 이야기의 모티브는 실로 다양합니다.

익숙하지만 낯선 존재, 불안감과 쾌감을 동시에 안겨주는 존재...

과거 메두사, 프랑켄슈타인 등이 두려움을 안겨주는 괴물이라면 

도깨비, '몬스터 주식회사' 등은 두려움과 재미를 함께 느끼게 해주는 친근한 괴물이라 할 수 있지요.


이런 복합적인 의미가 함축된 괴물 캐릭터를 예술적 상상력과 결합시키며

관습과 인습의 틀을 깨고 의식을 확장시킨 10명의 작가들!

이들이 과연 어떤 작품을 만들었을지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인간이 만들어낸 악마'란는 존재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되는 김기라 작가의 괴물이야기.

고대부터 중세시대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만들어낸 악마를 상징하는 다양한 형상이 영상으로 펼쳐집니다.

개중에는 '진짜 괴물인가?'싶을 정도로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괴물도 있지만, 

보는 순간 섬찟할만큼 무서운 캐릭터도 있습니다.

원색적인 색상과 화려한 형태의 괴물들이 벽면 가득 펼쳐진 모습은 거대한 박력으로 사람을 압도했습니다.




두번째 전시는 펠리시 데스킨 도르브 작가의 설치작업이었습니다.

괴물이라기보다는 우주공간이 연상될 만큼 정적인 설치물을 보면서 

괴물과 이 작품의 연관성이 무엇일지 의아해했는데,

알고 보니 기묘한 파동이 연속되는 영상을 보며 미스터리한 에너지를 느껴보라는 의도였습니다. 




-괴물을 보고 싶을 때면 창문에 비친 나를 바라본다 - 조니 에크(46cm의 신장을 극복한 예술가)


이어지는 필립 워싱턴 작가의 작품을 보면서 조니 에크의 저 말을 떠올렸습니다.

전통 그림자 인형놀이를 그림자 괴물로 표현한 이 작품은

대형 스크린 앞에서 손으로 직접 그림자를 만들어 보이면 

작가가 구성해놓은 컴퓨터 그래픽과 포토그래픽 프로그램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거쳐 

기존에 없었던 환상적인 몬스터들이 구현됩니다.


내 안에 감추어진 괴물의 본성이 표현되는 듯한 그림자 괴물의 모습에서 '지킬 앤 하이드'가 떠오르네요.




사인펜과 매직펜, 분필로 표현한 이승현 작가의 괴물이야기.

벽면을 가득 채운 다양한 형태의 괴물들을 보면 어지러운 세상을 보는 듯, 

혹은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잠재의식을 표현한 듯 느껴져 복잡한 느낌이 듭니다.


아이들은 수많은 괴물들의 틈바구니를 뛰어다니며 즐거워하지만,

어른들은 작품을 감상할수록 머리가 복잡해지며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생기는 그런 작품이랍니다.




다음 작품은 배윤 작가의 '상규네 할아버지'였는데요.

이곳에서 본 괴물이야기 중 이 작품에서 가장 큰 두려움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색을 찾아나선 평범한 할아버지가 자신의 탐욕에 취해 본래 모습과 달라지는 과정을 그리며

현대인이 탐욕과 욕망에 젖어가는 현실을 절묘하게 겹쳤기 때문이지요.














그렇게 과거부터 현재까지 만들어진 괴물이야기를 지나고 나면, 

이번엔 현재부터 미래까지 새롭게 만들어지는 괴물들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카데 작가의 '망가진 인형들'은 빠르게 지보하는 과학기술이 얼마나 무서운 괴물을 만들어내는지 암시하고 있는데요.

그냥 보면 귀여운 인형 정도로 보이지만, 사실 복제실험으로 생긴 다양한 기형을 모티브로 삼았다고 합니다.




이어서 우주 속 블랙홀을 표현한 듯한 설치미술로 이어집니다.

베일에 싸인 듯 어두컴컴한 전시공간 안에서 어둠을 빨아들이듯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끄는 이 작품은

우리를 미처 알지 못하는 세계로 인도하는 기계의 형상을 하고 있는데요.

차가운 금속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신비로움과 두려움이라는 양면성을 띠고 있어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변화와 진화를 거듭한 괴물이야기는 노진아 작가의 '제페토의 꿈'에서 마무리됩니다.

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기계, 그리고 그와 함께 살아가야 하는 우리의 모습이 절묘한 대비를 이루는데요.

나무인형 피노키오가 마술로 사람이 되었듯, 마리오네트 인형은 키보드를 통해 생명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그 모습에서 따뜻함 대신 두려움이 느껴졌던 건, 

SF영화에서 인간과 대립하는 기계의 모습이 겹쳐졌기 때문이었지요.




아람누리 미술관에서 만나는 괴물이야기는 

화려한 영상과 아름다운 조형물, 기발한 상상력이 더해진 새로운 형태의 예술입니다.

가벼운 기분으로 관람을 시작했다가 묵직한 울림을 안고 관람을 마치게 되는 이번 전시회는

'괴물'을 내세우고 있지만 그 본질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변화해 온 인간의 본성을 꼬집는다고 해야겠습니다.

아이들은 다양한 괴물들의 모습을 보면서 즐거워할 수 있고,

어른들은 그 괴물들이 상징하는 진짜 의미를 느끼고 몸서리치면서

지금 자신이 어떤 시대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대한 고차원적인 사고를 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에 

부모와 아이 모두에게 좋은 체험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빛'이라는 매개체 속에서 자그마한 인간이 거대한 괴물로 변모하듯,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우리 앞에 드러날 괴물의 형상도 달라질 것입니다.




분위기가 너무 무거웠나요?

전시장 밖에는 유쾌한 체험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승현 작가와 중고등학생 10명이 공동으로 작업한 괴물이야기는 

외계인, 해골, 뱀을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괴물들이 다채롭게 펼쳐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관람객은 그 속에서 자신이 생각한 괴물의 모습을 새롭게 만들 수 있답니다.




마음 속에 있는 괴물을 우스꽝스러운 형태로 끄집어내다 보면

전시장에서 다소 무거워진 기분도 유쾌하게 바뀔 거란 생각이 듭니다.

특히 아이들은 자기가 오늘 본 괴물들을 머리속에서 정리한 후 

가장 마음에 들었던 괴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테지요.
















전시를 마치고 나가는 길에 이번 전시회를 요약한 글을 읽어보았습니다.

괴물의 여러가지 놀라운 형태는 선사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전 역사를 통해 나타나는데,

고대의 괴물은 이성적 탐구의 대상이었고 중세의 괴물은 악마화하였으며 

근대에는 과학적 호기심, 현대에는 핵실험과 환경오염 등으로 인한 돌연변이가 괴물로 표현되고 있으니 

괴물이 인간사회를 대변한다는 표현은 의심할 바 없겠습니다.




이번 전시회는 전시 외에도 괴물 브로치 만들기, 가면 만들기, 괴물 그리기, 에코백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학습이 함께 이루어지고 있어 아이들에게 더욱 알차고 유익한 전시랍니다.




긴 겨울방학의 시작을 아람미술관의 기획전시 <괴물이야기>로 시작하시는 건 어떤가요?


2014 아람미술관 미디어아트 국제교류전 괴물이야기


아람누리 아람미술관(2014년 10월 11일~2015년 1월 11일

관람시간: 화요일 ~ 일요일(오전 10시~오후 6시)

입장료: 일반 6,000원 / 고양시민 5,000원 / 학생 4,000원

전시연계프로그램 문의: 031-960-0180

주소: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중앙로 1286 아람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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