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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천문대에서 본 달과 목성

천문대 가 보신 적 있으세요?
올 여름에 한번 다녀오시는 거 어떠세요? 특히 어린 자녀가 있다면요. 워터파크도 계곡도 산과 바다도 좋지만, 어릴 적 꿈을 키워주기 위해서라도 천문대는 꼭 필요합니다. 게다가 올해는 태양 관측에 있어 ‘11년만의 최대 호기’입니다. 

하지만 천문대는 어디 있는지 정보가 부족해 못 가는 분들도 많죠. 다른 문화, 관광, 레저시설에 비해 ‘유니크’하다는 관념이 생긴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래서 적어도 이 순간부터, 경기도 수도권 일대 분들에게는 이 포스팅 하나만으로 그런 문제를 해결해드릴까 합니다. 태양을 보기 위해 천문대에 꼭 가야 할 2013년을 맞아, 교통이 편리한 천문대와 경기 북부, 중부, 남부권의 대표적인 곳을 하나씩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왜 올해 가야 하나 - 11년만의 태양 극대기, 알고 보면 대단한 태양의 진실

굴절망원경으로 본 태양의 모습입니다. 천문대는 흔히 별이 빛나는 밤에 가야한다지만, 사실 낮에도 ‘태양 관측’이란 멋진 기회가 있답니다. 태양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말 대단한 비밀이 있습니다.
 

홍염이라 불리는 태양 표면에서 뿜어져나오는 불기둥은 말 그대로 부글부글 끓어 넘치는 엄청난 불길입니다. 해님 얼굴에 주근깨가 난 것마냥 까맣게 들어선 점은 흑점이라 부르는데 이것의 수가 많고 적음이 곧 지구의 온도에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그리고 눈에 보이진 않지만 마치 햇님이 뜨거운 숨결을 토하듯 엄청난 열에너지를 뿜는 걸 태양풍이라 합니다. 그 바람은 늘 지구에까지 몰아칩니다. 그걸 못 느끼는 건 지구가 자기장의 보호를 받기 때문이죠. 그래도 그 위력은 엄청나 한 때는 강력한 태양풍으로 도시 하나가 정전을 맞기도 했습니다. 오로라 현상도 그에 기인한 것입니다. 
태양의 변화 하나가 지구에 엄청난 변화를 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면 태양의 하나하나가 신비롭게 보일 겁니다.
 

이렇듯 대단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면 천문대에선 실망감만 안고 돌아오게 됩니다. 우리가 잡지나 TV를 통해 본 안드로메다나 은하수 등을 천문대에서 볼 수는 없으니까요. 그것들을 제대로 보려면 인공위성으로 찾아가거나 NASA에 입사해야 할 겁니다. 그러나 판타지는 엄연히 존재합니다. 천문대에서 보는 것은 실상 당신의 판타지보다 작을지 모르나, 이 곳에 오면 당신이 모르고 있던 진실의 판타지를 깨닫게 될 겁니다. 저 태양의 실체만 제대로 파악한다면, 저 불기둥 하나, 주근깨 하나에도 대단한 무게감을 느낄 테니까요. 

게다가 올해 2013년은 태양의 극대기입니다. 11년을 주기로 태양 내의 움직임이 활성화되는데 바로 올해가 11년 중의 정점이죠. 올해 찾아오시면 태양의 홍염, 흑점 등을 어느 때보다 제대로, 또 많이 보실 수 있습니다. 올해를 놓치면 다음번은 2024년입니다. 

천문대가 없어 못 간다? IMF 이후 붐 조성 현재 전국 50여곳 이상, 도내에만 10곳 넘어

사실 갈 곳은 많습니다. 천문대가 손에 꼽을 정도라는 건 90년대 이야기입니다. 누리천문대 강봉석 박사는 “내가 당장 기억하는 전국의 시민천문대만 50곳이 넘고, 수도권만 해도 당장 열손가락이 모자라게 이름을 댈 수 있다”고 말합니다. 

“경기도에만 해도 아시아최대 규모 과천 국립과학관, 3년 전 생긴 성남 중원어린이도서관 천문대, 시흥 농업기술센터내 천문대, 시설 좋기로 소문난 송암천문대, 양평 국제 천문대, 오랜 명성의 안성 천문대, 막 생겨난 안성 안성맞춤천문대, 학문적 커리큘럼이 탄탄한 일산 어린이 천문대, 기타 펜션에서도 작은 천문대를 운영하는 곳이 2개 정도 있고요, 그 외에도 많아요. 서울이나 경기도 인근 강원지역 천문대도 꽤 됩니다.”

“그럼 31개 시군 어디라도 정보만 제대로 알면 그리 어렵지 않게 가까운 곳을 찾을 수 있군요?”

“1997년을 즈음해 사립천문대가 전국에서 붐을 일으키며 생겨났어요. 일전엔 먼 지역에서 찾아오겠다는 전화가 왔길래 ‘그 지역에 천문대가 있으니 거기 가시라’고 알려드렸죠. ‘전혀 몰랐다’며 고마워 하셨죠.” 

아이러니하게도 IMF 이후 천문대는 활성화됐습니다. 다시 경제상황이 나아지면서 과거와는 다소 달라진 레저열이 불었고, 여기에 별을 보고 싶어하는 이들의 열망도 담겨 있었죠. 원래 천문대 수요는 나라의 소득과 비례하는데, 경제와 산업이 흥하면 광공해 등으로 정작 별은 못 살 때보다 더 보기 힘들어지는 딜레마가 있습니다. 그 또한 설비를 갖춘 전문 천문대의 필요성을 강화시킨 요인입니다. 천문대가 100개 이상이라는 일본에 비하면 아직 멀었으나 우리나라에서도 천문대가 늘어나고 소위 ‘별에 미친 매니아’는 탑차를 사서 이동 천문대를 만들기까지 한다니 앞으로 한국의 천문 사업은 더욱 발전해 나갈 것입니다. 

강 박사는 천문대가 단독시설이 아닌 도서관, 과학관, 펜션, 농업기술센터 등에 있기도 한다고 말합니다. 어쩌면 당신이 머나먼 곳에 있을거라 단념했던 천문대는 바로 걸어서 몇 분, 동네 안에 있을지도 몰라요. 

어디로 갈까 - 경기도내 추천지 4선 

지금부터 총 네 군데 천문대를 소개해 드릴게요. 경기도에서 가장 유명한 곳, 가장 규모가 큰 곳, 가장 최근에 생긴 곳, 그리고 지하철에서 가장 가까운 무료 천문대입니다. 지역적으로도 도내 북부, 중부, 남부에 골고루 분포해 있습니다.
 


가장 유명한 곳 - 송암스페이스센터! 케이블카 타고 오르는 데이트 코스? 경기도 천문대의 명가


경기도 북부 지역 주민이라면 단연 여기죠. 양주시 장흥면에 위치한 송암스페이스센터(송암천문대)는 케이블카로 유명한 곳입니다. 홈페이지에서 매스컴 소개 일지를 따로 정리해 놓을 만큼 우리나라에선 가장 잘 알려진 천문대 중 하나죠. 
강봉석 박사는 송암천문대에 대해 “시설이 좋고, 케이블카를 탄다는 것에 대한 로망이 데이트코스로도 각광받는다”고 소개합니다. “원래 이 곳은 한일철강이 세운 사설 천문대”라며 “다만 시설이 좋은 만큼 이용료는 다소 비싸다”고 말하네요.

송암스페이스 
가는길 - 지하철 3호선 구파발역 1번출구 하차, 350,351,15,15-1번 버스 송암천문대앞삼거리 하차
스타이용권(천문대, 케이블왕복1회, 플라네타리움1회관람) 성인 28,000원 초중고 25,000원 4세~유치원 22,000원
월요일 휴무 / 19시까지 입장가능(토요일 20시)  / 문의 031-894-6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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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최근 만들어진 곳 - 하반기까지 무료 운행, 새로 생긴 안성맞춤천문과학관


지난 3월 생긴 경기도 남부권의 안성맞춤천문대는 42억5천만원을 들여 건설된 신흥 명소로 하반기까지 홍보를 위해 무료 운행 중입니다. 그래서인지 벌써 1주일간은 예약이 종료된 상황입니다. 이 곳은 국내최대구경인 300밀리 굴절망원경을 비롯 반사식 망원경 등12대의 부대 망원경을 갖췄습니다. 굴절망원경의 경우 토성의 줄무늬까지 정밀 관측이 가능하다는 설명입니다. 안성맞춤랜드 내에 위치해 남사당 전용공연장, 사계절 썰매장, 잔디광장 등 가볼만한 곳도 많습니다.

안성맞춤천문과학관
가는길 - 지하철 평택역 하차, 안성터미널 가는 버스(50,55,55-1,70,370,370-1,380) 터미널 하차, 이후 택시 이용 추천
월요일 휴무 / 하반기까지 무료 운행 / 문의처 031-675-69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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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규모가 큰 곳 - 아시아 최대규모의 과천 국립과학관 천문대



경기도 중부권인 과천에는 한국 천문의 메카가 있습니다. 아시아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과천국립과학관 내 천문대는 2001년 과학의날 대통령 치사에서 건립이 발표된 본 과학관의 부속시설로 찾아오면 천문대 외의 다른 시설 이용이 용이한 게 자랑입니다. 

천체투영관은 지름 25m 돔스크린에 밤하늘을 재현하는 시설로 별과 은하수 등을 사실과 똑같이 펼쳐보입니다. 천체관측소는 직경1미터 광학망원경과 직경 7.2미터 전파망원경, 태양망원경 등 첨단시설을 자랑하며 우주를 테마로 한 ‘스페이스 월드’는 영상관, 디지털미디어쇼 공간, 교육실 등을 제공합니다. 

과천국립과학관 천문대 
가는 길 - 4호선 대공원역 5번출구 바로 앞
휴관 1월 1일과 매주 월요일 / 관람시간 09시30분~17시30분 / 요금 등 문의처 02-3677-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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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근성 최고 - 누리천문대 “작은 동네 천문대지만 본질 꿰뚫어”


그리고 드디어, 이번 포스팅에서 메인 메뉴가 될 누리천문대입니다. 누리천문대는 접근성에 있어 도내 최고, 아니 전국 최고수준입니다. 지하철 4호선 대야미역에서 내리면 바로 보여요. 순간 “어? 천문대가 이렇게 교통편이 좋아?”하고 되물을 정도죠.  대야도서관 안에 함께 있으므로 내비의 힘을 빌리실 거라면 도서관을 찾으세요. 천문대는 교통편이 안 좋은 외곽이라 생각하셨던 편견이 와르르 무너지는 순간이죠? 
이 천문대의 장점은 ‘천문대의 본질을 꿰뚫고 있다’는 겁니다. 타 천문대에 비해 규모는 도서관이 운영하는 곳답게 작습니다. 그러나 강 박사는 “바로 우리 동네에서 찾기 쉬운 지역 시설이기에 ‘천문대는 별을 보러 가는 곳’이란 취지에 맞다”고 말합니다. 

“규모가 클수록 한 사람 한 사람에 맞춘 교육을 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한시간 정도 수업을 하고 별을 보여줄 만큼 깊이있는 교육에 신경을 쓸 수 있어요. 도서관에서 운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용료도 공짜입니다. 원래 천문대란 보고 싶을때 언제든 찾을 수 있게 해 주는 게 목적이에요. 지역 주민들을 우선으로 위하는 곳이라 할 수 있죠.”
 

관측소를 시작으로 천문대 곳곳을 다녀봅니다. 사진으로만 봐도 멋지죠? 군포에 위치한 누리천문대의 주 망원경입니다. 방금 본 태양 사진도 모두 이 망원경으로 잡아낸 것이랍니다. 이 망원경은 200밀리 굴절망원경으로 이론상으로는 1억 광년 떨어진 곳까지 살필 수 있습니다. 

이 목성과 위성의 사진(좌)과 개기월식(우)도 이 망원경으로 확인해낸 상입니다. 시가로는 약 1억원에 달하는 망원경으로 날씨 좋고 광공해가 없는 날엔 안드로메다 은하는 물론 외부 은하까지 잡아냅니다. 

보조망원경도 몇 개 보유하고 있는데 지금 이 망원경만 해도 수백만원을 호가한다는군요. 이 망원경은 이동식으로 야외에 나가 별을 관측할 때 주로 쓰인다고 합니다. 

관측소의 돔이 열리고 관측 프로그램이 열리는 건 매주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일요일과 월요일은 휴무입니다. 야간 천체 관측은 하계 저녁 7시, 동계 7시 반이며 태양관측은 금요일과 토요일 낮 2시 반부터 한시간동안 진행됩니다. 매주 화요일 아침 9시부터 전화를 통한 예약을 받습니다. 

“예약하시려면 정시에 대기하셔야 해요. 15분이면 일주일치 예약이 다 차거든요.”

플라네타리움(천체투영실)은 설령 날씨가 안좋아 관측이 어렵더라도 대리만족하기에 부족함 없는 시설입니다. 별자리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데요, 무엇보다 신기한 건 광공해의 영향을 간단하게 설명하는 점입니다. 주변의 전등을 밝게 하니 별이 모두 사라지는데, 매연공해보다 광공해의 영향이 훨씬 큰 것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옛날 천문대 영화관에서 별자리영화를 봤던 추억을 곱씹게 하는 4D영화관입니다. 아이들이 아주 좋아하네요. 동네 아이들인데 매일같이 온답니다. 영화 프로그램은 6개월마다 바뀝니다. 

천체전시실에서는 첨성대를 비롯 우리나라의 고대 천문학의 뛰어남과 세계 과학자들의 공헌, 각종 시청각 자료를 통한 우주의 이야기 등을 남녀노소 누구나 흥미롭게 체험하도록 만들어놨습니다. 

두 남자가 말하는 천문대의 교육적 가치 “어릴 때 꼭 가야 한다, 이유는...”

저는 어린 시절 만화백과사전에서 처음으로 ‘우주’를 만났습니다. 책을 통해 얻은 지식들은 이후 글쟁이로 살아가는 데 귀한 자산이 됐죠. 천문대가 귀하던 그 시절, 아홉 살 때 운 좋게도 동네천문대를 알았고, 별자리에 관한 영화를 봤던 추억도 진하게 남아있습니다. 그건 살아오는 시간동안 틈틈이 찾아와 저를 위로해주는 유년기의 보물이었습니다. 사실 이번 천문대 이야기를 통해 전하고픈 진짜 이야기는 이겁니다. 모든 아이들이 저와 같은 경험과 감동을 만끽했으면 좋겠어요. 주변에 이렇게 천문대 여건이 잘 되어 있는데, 그 기회를 아껴둘 필요는 없잖아요? 
어릴 적 우주를 품는다는 것은 남보다 큰 세상을 바라본다는 증거입니다. 꿈을 빨리 발견하고 크게 키우는 것은 곧 사람이 커가는 증거입니다. 



여기서 만난 또 한명의 우주를 사랑하는 남자, 강봉석 박사도 고교시절 강화도 여행에서 별의 바다를 보고 천문학도가 됐습니다. 그에게 “어릴 적 천문대를 찾을 이유”를 묻자 이렇게 답합니다. 

“별을 싫어하는 사람이 없듯, 사람들은 천문학에 관심이 많죠. 그러나 제대로 배울 길 없어 영화나 이야기를 통해 스스로 학습을 하는데 잘못된 지식이 많아요. 올바른 지식을 위해서라도 천문대를 꼭 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우주를 깨달으면 세상을 넓게 볼 수 있어요. 인간이 성장하는 거죠. 여기서 한번의 체험이 책 백 권을 읽는 것 이상이 될 수 있습니다.”

천문대가 찾기 힘들어 보석상자 같다면 그건 거짓입니다. 그러나 이 곳에서 캐낼 것들의 가치와 답사해야 할 가치를 생각해 보석상자 같다고 하면 그건 진실입니다. 
적어도 천문대가 어딨는지 몰라서, 막연해서, 정보가 없어서 찾아가지 못하셨던 분들이라면, 이 글을 읽고 그간 체념하고 지냈던 천문대 여행을 다시 시작해 보는건 어떨까요.

글 사진 권근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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