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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시 처인구 모현면. 이 동네에서 산지 어느덧 30년인데요. 워낙 오래됐기 때문일까. 평소 인지하지 못하다가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왕산, 독산, 모산, 일산, 하마산 등 우리 지역엔 유독 산이 들어가는 동네 이름이 많다는 걸.

다시금 인식하게 되니 뭔가 이질감이 느껴지면서 촌 동네라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 건 왜일까요. 흐흑. 실제 촌이긴 하지만 산과 강이 어우러진 이 동네, 정말 살기 좋은 곳이랍니다.

한때 신도시 후보로 거론됐을 정도로 지리적 입지가 탁월한 곳인데요. 혹시 새로운 곳에 정착하고자 하는 분들은 모현으로 이사 오시길 추천합니다. 이쯤 되면 저, 지역 홍보대사라도 시켜줘야 하는 건 아닐런지. ^^;

일단 여러분, 1월 1일에 이어 다시 한 번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또 다른 새해가 밝은 오늘은 갑오년 말의 해를 맞아 그와 관련된 포스팅을 해볼까 합니다.

국토교통부 소속기관인 국토지리정보원은 2014년을 앞두고 말과 관련된 지명을 분석해 결과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 존재하는 말 관련 지명은 모두 744개인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우리나라 지명이 150만여 개인 것을 감안하면 극히 일부에 해당하는 수준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저희 동네의 한 마을도 포함돼 있는 게 아닙니까. 바로, ‘하마산’인데요. 산이 들어가는 여러 동네 가운데 하마산이란 마을이 새롭게 다가오는 순간이었습니다.

현재 용인시 처인구 모현면 일산1리의 또 다른 이름 하마산(下馬山), 그렇다면 그 뜻은 뭘까. 

下(아래 하), 馬(말 마), 山(뫼 산). 마침 쉬운 한자로만 구성돼 있어 누구라도 해석이 가능한 수준인데요. 한자를 그대로 풀면 의미가 나옵니다.

우선 하마산이란 이름 자체는 ‘마산(馬山)’의 아래에 있는 마을이라는 뜻으로, 이 마을 동쪽에 산이 있는데 그 형세가 마치 목마른 말이 물을 마시는 것처럼 보여 이 같은 이름으로 불려졌다고 합니다. 사실 들어가 보면 별 게 아니죠. 

마을 주민들은 이 사실을 알고 있을까요. 아쉽게도 마을회관의 어르신들로부터는 지명의 유래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볼 순 없었는데요. 지역의 역사와 문화 등을 정리해 놓은 ‘모현면지’라는 책에는 그 내용이 있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이 마을의 윗동네는 ‘상마산’이라는 지명을 쓰고 있었는데요. 다름 아닌 “하마산 위에 있는 마을”이란 이유로 그렇게 불려졌다는군요.

저희 동네 이야기는 이 정도로 하고, 지금부터는 경기도에 위치한 말 관련 지명을 알아보고자 합니다. 경기도의 말 관련 지명은 총 80개로 나타났는데요. 이 가운데 마을 이름이 52개로 가장 많았고 산, 고개, 바위 등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이 중엔 중복된 지명도 많았는데, 가장 많은 이름은 ‘역말’이었습니다.

역말.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지명이죠? 일반적으로 조선시대 교통 및 통신수단이었던 역참이 있는 마을을 뜻합니다. 이 지명은 모두 7개 지역에서 사용하고 있었는데요.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의미는 거의 같았습니다.

살펴보죠. 

- 역말을 지명으로 사용하고 있는 곳 -

가평군 상면 연하리 : 역졸과 역말을 머무르게 한 곳이라 역촌이라 하였음.

광주시 경안동 : 삼국시대부터 고려 조선에 이르는 동안 교통수단으로 말을 사용하는데 서울에서 50리 마다 역을 두어 말을 기르고 관리하여 마패를 소지한 관리에게는 말을 바꾸어 주기도 하는데 이 마을에 역이 있어 역말이라고 부르게 함.

성남시 분당구 수내3동 : 옛날 이곳은 경향 통로로써 역마를 준비했다가 유사시 쓰이게 돼서 역말이라 불리우고 있음.

수원시 영통구 원천동 : 약 260여년전에 이곳에 역말이 있었다하여 역말로 불리우고, 역촌이라고도 불리운다.

오산시 대원동 : 조선 시대의 역촌(驛村)임으로 역말로 불리우고 있음

용인시 기흥구 신갈동 : 조선 시대에 역답(驛畓)이 있었고 나라의 말을 기르던 곳이라 하여 역말이라고 불리우고 있음.

하남시 덕풍1동 : 교통수단으로 말을 사용하였는데 역(驛)을 두어 말을 기르고 관리하여 마패를 소지한 관리에게 말을 바꾸어 주기도 하는데 이 마을에 역이 있어서 역말이라고 부르게 됐다. 




이 외에 말과 관련된 지명의 유래를 보면 앞서 살펴본 하마산의 사례처럼 산, 바위 등이 말의 모습과 닮아있어 그렇게 불리게 된 경우가 많았는데요. 

안성시 대덕면 소현리의 ‘마현’이란 지역은 마을 뒷산이 말처럼 생겼다고 해 마루개라 불렀는데, 이를 한자표기로 해서 마현이라 불린다고 합니다. 과천시 관악산 상봉에 있는 ‘용마암’이란 바위 역시 말같이 생겼다 해서 용마암이라고 부르게 됐다는군요.

고개의 경우는 경사가 심해 말이 오르기 힘들다는 데서 유래된 사례가 많은데요.

동두천시 소요동에 위치한 ‘말턱고개’의 유래를 보면 산세가 험해 말이 오를 때 숨이 턱에 찬다 해서 이 같은 지명을 갖게 됐고, 성남시 중원구 하대원동의 ‘갈마치고개’는 고개가 길어 말이 오르면 목이 마르게 된다는 데서 비롯된 이름이라고 하네요.

경기도에는 이밖에도 흥미로운 말 관련 지명이 많은데요. 이 중 몇 가지만 더 소개하고 마치겠습니다.

말구리(가평군 가평읍 견반리) : 우마로 짐을 싣고 다니다가 말이 언덕에서 굴러 떨어져 죽었다 이로 인해 말구리라 불렀음.

오마리(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 : 옛날에 우마(馬)가 극히 귀할때 암마(馬) 다섯필이 있었다 하여 오마 또는 오마리라 한다.

마다리(이천시 신둔면 마교리) : 약 200여년전에 마을앞에서 용마가 출현하였다 하여 마다리라 함.

마장동(파주시 광탄면 마장리) : 연산군 10년 전국에서 군마를 집결하여 기마훈련장 및 사육관리를 하였던 곳으로 이용하여 마장리라 부름. 

도마치고개(포천시 이동면 도평리) : 태봉국(泰封國)의 궁예가 왕건과의 명성산(鳴聲山)전투에서 패하여 도망갈때 이곳을 경유하게 되었는데 산길이 너무 험난하여 이곳에서 타고가던 말을 내려 끌고 갔다고 해서 도마치라 부르게 되었다 함. 

마리실(화성시 마도면 석교리) : 약 300년전 이 동리에는 성(成)씨가 많이 살았는데 주로 말(馬)을 많이 사육하였는데 동리내 큰 우물에 말이 빠져 죽음으로 그 우물을 매웠더니 성씨가 피망하였다 하여 마리실이라 함. 



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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