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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강(秋江)에 밤이 드니 물결이 차노매라. 낚시 드리치니 고기 아니 무노매라. 무심한 달빛만 싣고 빈 배 저어 오노매라"

조선9대성종의 형으로 35년의 삶을 살다간 월산대군의 시조입니다. 당시 왕위계승에서 가장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으나 불안했던 왕권을 강화하기위해 정희왕후와 한명회로 대표되는 왕가와 훈구대신파들의 단합에 의해 동생인 자사군에게 왕의 자리를 내어줄 수 밖에 없었던 비운의 왕자였지요. 동생이 왕위에 오른 15살때로 부터 35살로 생을 마감할때까지 20년의 세월동안 최고 권력자의 형으로서 모든 세속적 욕심을 내려놓곤 한없이 조심하며 살아야만 했던 삶이었을 것이다. 그러한 시간의 의미가 이 시조 한편에 모두 담겨있는 듯 합니다.

월산대군의 집은 본디 지금의 덕수궁인 경운궁이었으나 경기도 고양시 신원마을에 별장을 짓고 여생을 보냈다라고 전해지며 지금 현재도 많은 흔적들을 만날 수가 있답니다. 그 중 가장 먼저 만나게 된 곳은 석광사로 불리우는 경기도 지정문화재인 월산대군 사당이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600여년전의 시간을 머금고 있던 곳에서 세월을 더듬어보게하던 보호수였으니 이젠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든 나무의 형상은 왕의 형이었기에 굴곡진 삶을 살아야만 했던 월산대군의 고난했던 삶을 대신하고 있는 듯 합니다.

세조의 손자이자 성종의 형인 월산대군 이정의 신위를 모신 사당입니다. 부모에 대한 효성과 왕에 대한 충성이 지극했다 알려져있으며 동생 성종과의 우애 또한 깊었다 하지요. 시와 술을 종아하여 집 뒤뜰에 풍월정을 짓고 풍류적인 생활을 하였다하구요.

일부러 찾아왔건만 사당의 문은 굳게 닫혀있습니다. 하여 담장 너머로 어렵게 살펴보게 되었지요. 네모난 담장 중앙으로 삼문이 세워져있고 그 안에 사당이 모셔져 있습니다.

사당은 정면 3칸, 측면 3칸의 민도리 맞배 기와지붕 건물이요, 장대석으로 쌓은 기단 위에 8각형의 장초석을 놓았으며 두리기둥에 맞걸이 3량을 걸고 홑처마로 지붕을 만들었다 하는데 담장너머로 살펴보는 것이 쉽지가 않습니다.

석광사라는 편액은 영조가 내린것이라 하며, 정조·순조 때에는 조정에서 신하를 보내 왕을 대신해 제례를 올리기도 하였다하니 살아생전보다 죽어서가 더욱 영광된 삶이었구나 생각이 되네요. 또한 사당안에는 현재까지도 신주를 운반할 때 쓰던 요여가 보존되어 있다하는데 굳게 닫힌 문으로인해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이번엔 사당을 나와 그 위쪽에 자리하고 있는 월산대군 묘를 찾아갑니다.

일찍부터 학문을 좋아하여 서책을 가까이하고 문장에 뛰어났던 월산대군은 살아 생전에 고양 북촌인 이곳 신원동에 별장을 두고 자주 찾았다 하는데 죽어서도 이곳에 묻이어 있습니다. 부인 순천 박씨의 봉분과 위 아래로 나란히 자리하고 있는 묘는 1986년 고양시 향토유적 제 1회로 지정되었답니다.

봉분앞에 묘비와 상석 문인석 망주석 장면등 등의 석조물이 배치되어있는 화려한 묘입니다. 신도비는 1498년 왕명으로 세워졌으며 비문과 전액은 훗날 폐비윤씨가 사사된 내력을 연산군에게 알리어 갑자사와가 일어나게 한 장본인인 임사홍이 짓고 썼다라고 하구요.

직사각 모양의 대석위에 구름무늬가 새겨져있는 비두가 얹어져 있는 화려한 묘비는 500여년의 세월을 무색케 합니다. 또한 봉분의 눈들이 모두 치워져있는것을 보고있자니 죽어서의 영광은 아직도 유효하구나 싶어집니다.

그러한 사당과 묘가 자리하고 있는 능골마을은 고양시 덕양구 신원동에 속한 자연촌락으로 마을 안에 있는 월산대군의 묘소가 마치 왕릉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었습니다. 현재도 전형적인 농촌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으며 조선조 전기부터 월산대군의 후손들이 집성촌을 이루어 살고 있는 이유로 곳곳에 월산대군의 유족 및 후손들의 묘소등이 자리해 있으니 덕풍군 비석의 전설과 회화나무 보호수등의 여러 전설이야기가 전해지기도 한답니다.

마지막으로 잠들어 있던 곳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있자니 물고기 대신 세월을 낚았을 강태공은 살아 생전 욕심을 버렸던 탓에 죽어서는 못 다 누린 영광을 누리고 있구나 싶어지는게 그저 안타깝기만 했던 삶이 아니었음에 다행스러웠지요.


 <월산대군 사당 찾아가는 길>


주 소 : 고양시 덕양구 신원동 427번지



글. 사진 이민숙 (경기소셜락커 두공주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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