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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율 도원수(권율 장군) 님의 기지로 열 배가 넘는 왜군을 물리친 행주대첩은 한산도대첩, 진주성대첩과 함께 임진왜란 삼대 대첩 중 하나입니다. 전세를 역전시킨 행주대첩에서 승리한 날은 1593년 음 2월 12일, 양력으로 3월 14일입니다. 
고양시에서는 오래전부터 이 뜻깊은 날을 기념하기 위해 승전일인 3월 14일 "행주대첩 기념제"를 엽니다. 참고로, 행주대첩제(행주대첩기념제)는 행주문화제와 전혀 다른 행사입니다. 올해로 420주년을 맞이하는 행주대첩 기념제에는 특별한 행사가 하나 더 마련되었습니다. 

2013년은 고양시가 역사속에 등장한지 600주년이 되는 해. 

이를 기념하기 위해 권율 도원수님이 사용했던 불을 품고 날으는 화살, 신기전 발사 시연회도 함께 진행했습니다. 행주대첩제에서 신기전을 발사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1997년 시연 때 사고가 있어서 십년이 넘게 중단되었다가 올해 다시 선보이는 거라고 하더군요.~ 대, 중, 소, 산화신기전까지 지금껏 알려진 네 가지의 신기전을 모두 볼 수 있는 행사였습니다. 
신기전 발사 시연은 전체 일정 중 맨 마지막.

순서에 따라 우선 행주대첩의 영웅 권율 도원수와 애국 선열의 넋을 기리는 의식인 "충장사 제전" 모습부터 보여드리겠습니다.^^ 

행주산성 입구에 도착하니 대첩문이 활짝 열려있고 문 앞에는 옛 군졸 복장을 한 병사들이 서 있습니다. 안으로 들어가니 그곳에도 병사들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누구를 기다리는 걸까요? 

바로 이 분, 고양시 살림살이를 맡고 계신 최성 고양시장님입니다.^^ 
주위 사람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권율장군동상 앞에서 잠시 묵념을 한 후 앞서 문 안팎을 지키고 있던 군졸들과 함께 제전이 열리는 충장사로 행진합니다. 

충장사 오른쪽 아래에 있는 전사청으로 들어가 헌관 복장으로 갈아 입고 충장사로 입장합니다. 

유교식으로 진행하는 제전은 한 시간 가량 계속됩니다. 제사에서 신위에 잔을 올리는 헌관은 세 분. 고양시장님이 초헌관, 고양시의회 의장님은 아헌관, 고양향교 전교님은 종헌관을 맡습니다.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이어지는 제례는 전통의식을 자주 경험하지 못한 이들에게 소중한 경험을 줍니다. 제전이 진행되는 동안 한쪽에서는 제례악을 연주하고 있습니다. 권율장군의 후손들을 비롯한 관계자 이외에도, 원하는 사람은 절을 올릴 수 있습니다.

모든 의식이 끝난 후 기념촬영.^^ 

이제 군례의식이 펼쳐질 대첩문광장으로 이동합니다. 광장 가운데에는 3군 의장대와 군악대가 대기 중이고, 가장자리에는 고양12채 풍물연회단이 흥을 돋우고 있습니다. 

최성 시장님을 비롯한 귀빈들이 대첩문 앞에 모여서 승전보고를 받습니다. 보고는 60사단 권율부대 작전참모님이 했는데, 행주대첩의 진행과정 함께 전과를 소개하는 내용입니다. 

이윽고 3군 사령부 의장대의 화려한 총검무 시범이 펼쳐졌습니다. 헉...헬리캠 저격당할 뻔 했습니다.^^; 


동영상도 함께 올려 봅니다. 확실히 영상으로 봐야 박진감 있습니다.^^ 

군례의식을 마친 후 행주산성에서의 행사는 마무리됩니다. 신기전 발사 시연회가 열리는 곳은 행주산성 동쪽에 위치한 고양시정연수원 광장. 

그냥 가면 밋밋하겠죠? 

군악대와 의장대가 가두행렬을 하고, 그 뒤를 시민들이 따라갑니다. 


행진 모습도 동영상으로 담아 봤습니다.

시정연수원 광장에 도착하자 시연장에서는 한창 발사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신기전을 복원하여 만든 분은 채연석 박사님. 1975년부터 40년 가까이 신기전을 연구하여 많은 성과를 이루셨답니다. 대첩기념관 안에 있는 신기전과 화차를 제작했으며, 영화 "신기전" 자문도 맡았습니다. 

앞서 잠깐 설명한데로, 이번 시연에는 네 종류의 신기전이 준비되었습니다.

특히 소, 중 신기전은 100발을 한 번에, 총 두 번 발사했는데, 이렇게 많은 양을 한꺼번에 발사하는 건 이번 행사가 처음이라고 합니다. 

신기전은 일종의 소형 로켓입니다. 신기전 이전, 고려시대에도 비슷한 무기인 "주화"라는 게 있었는데, 1377년 최무선 장군이 만든 이 "주화"가 우리나라 최초의 로켓화기입니다. 세계적으로도 3~4번째로 개발된 것으로 추정한답니다. 우리가 아는 신기전은 1447년(세종 29년) 개발된 것으로, 처음에는 "주화"라고 하다가 세종 30년부터 "신기전"이라 불렀습니다. 

신기전은 크기와 길이에 따라 소신기전, 중신기전, 대신기전으로 나뉘며, 산화신기전은 대신기전의 일종입니다. 소신기전(길이 110cm)과 중신기전(길이 145cm)은 "신기전기"라는 틀에 넣어 고정을 한 후 화차 위에 올려놓고 발사합니다. 화약통은 화살촉 조금 뒷부분에 달려 있습니다. 시차를 두고 발사할 수도 있고, 한번에 발사할 수도 있는데요. 하나하나 틀에 넣고 연결선을 설치하느라 준비시간이 제법 길었습니다. 

대신기전, 산화신기전은 길이가 5.3미터나 되며 장대 끝에 대형 화약통이 달려 있습니다. 산화신기전은 화염방사 기능을 하는 2단형 로켓입니다. 엄청나게 긴 덕분에 하나씩 별도 지지대에 올려 놓고 발사합니다.^^ 

발사는 소중신기전, 대신기전, 다시 소중신기전, 마지막으로 산화신기전 순으로 진행되었는데, 첫번째 소중신기전 발사는 불발탄이 많았습니다.^^;;
불을 붙이자 굉음이 들려오고 연기가 자욱한데 앞으로 나가는 신기전이 몇 개 안보였네요. 순식간에 상황이 종료된지라 다들 어리둥절 했습니다. 
"야 뭐가 지나갔냐" 이런 느낌이었습니다.

다음은 대신기전. 힘차게 날아오르는 게 마치 나로호 같았습니다. :-) 
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 올랐으나, 이것도 실패.

다음 시연 때 까지는 준비시간이 조금 더 길었습니다. 앞서 실패한지라, 신기전기에서 신기전을 모두 분리한 다음 재조립을 했거든요. 그리고 산화신기전을 먼저 쏘고, 소중신기전은 맨 나중에 쏘아올렸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K타이거스 단원들의 태권도 시범이 있었네요. 역동적인 태권도 시범을 구경한 후 다시 발사장으로 갑니다.

발사 성공을 위해 신중하게 이것 저것 살펴봅니다. 

드디어 산화신기전 발사! 
힘차게 날아올랐으나 아쉽게도 실패했습니다.

이제 마지막입니다. 또 한번의 소, 중신기전 발사 시연. 선수 입장하시고~ 불을 당깁니다.

두두두두둥~~~ 아쉬움이 있습니다만, 그럭저럭 성공한 셈입니다.^^; 
이렇게 신기전 발사 시연회는 마무리되었습니다. 

신기전이 원하는데로 날아가 주지 않았지만, 그래도 소중한 시연회였습니다. 이순신장군도 신기전을 사용했지만 주로 신호용이었는데, 권율도원수는 전투용으로 많이 활용하였답니다. 행주대첩기념제에 신기전 시연을 하게 된 계기입니다. 고양시에서는 이번 시연을 일회성 행사로 그치지 않고, 행주대첩제와 함께 지속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쉽게 보기 힘든 유교식 제전인 대첩기념제, 우리 민족의 우수한 과학성을 느낄 수 있는 신기전 시연은 경기도의 중요한 전통문화 체험자원입니다. 

이번행사에서 특히 신기전 시연 때는 우리나라 웬만한 방송사가 다 나와 열띤 취재경쟁을 벌였습니다. 대한민국 12대 대표축제에도 한 날 동시에 이렇게 많은 취재진이 몰리는 건 드뭅니다. 한 방송사에서 2~3개 조가 함께, 리포터 까지 동반해서 온 곳도 여럿 있었답니다. 
우수관광자원으로서의 가치가 있다는 얘기겠지요. 아니나 다를까, 8~9시 종합뉴스 시간은 신기전 시연회 이야기로 가득했습니다. 

잘 가꿔 나가면 경기도를 대표하는 전통문화축제로 자리매김 할 것입니다. 
내년에 더욱 멋진 시연회가 열렸으면 합니다.^^ 


글. 사진 한정호 (경기소셜락커 초록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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